이기적 유전자는 종의 기원, 코스모스처럼 생명과학 분야에서 유명한 책들 중 하나다. 대학교 입시를 치르며 너도나도 생활기록부에 작성하는 책 중에 하나인데 나 또한 책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으면서 무작정 적어냈던 기억이 있다.
면접 보는 날까지도 책의 내용을 이해할 수가 없었고 책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가 하고자 하는 말이 대체 무엇인지, 책의 제목인 이기적 유전자의 의미가 무엇인지만 확인하고 들어갔다. 면접관이 책에 등장하는 개념 중 하나를 물어봤는데 대신에 이기적 유전자란 표현의 의미를 설명했고 합격했다.
물론 면접관이 의도한 정답이 아니었으나 책에 나오는 개념 하나하나를 이해하고 들어갈 수가 없었고 나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비슷한 질문에 대답 못한 면접자들도 많았기에 합격하지 않았나 싶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에 대해 이해하려면 전중환 교수의 ‘이기적 유전자는 왜 중요한가’란 강의를 듣는 걸 추천한다. 전중환 교수는 텍사스대학교 오스틴캠퍼스 대학원에서 진화심리학 박사를 마치고 경희대 국제캠퍼스에 교수로 재직중이다.
책의 세부적인 내용을 하나하나 설명하지는 않으나 1시간 10분 정도 되는 강의를 듣고 나면 리처드 도킨스가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이기적 유전자라는 표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대략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조차도 볼 시간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강의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해봤다.
이기적 유전자라는 표현에 대한 오해
이 책을 처음 읽은 많은 사람들이 리처드 도킨스의 주장을 ‘인간은 이기적 유전자가 만든 로봇이므로 인간의 이기적인 행동은 당연하다’ 정도로 이해하고는 한다. 남을 돕는 선행, 남자의 바람, 일제강점기의 친일 등이 모두 유전자의 영향이라는 분위기의 주장은 ‘허무주의’, ‘유전자 결정론’이라며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리처드 도킨스는 이는 은유적 표현으로 생긴 오해일 뿐이며 정말 유전자가 이기적이라는 뜻이 아니라 말한다. 이기적 유전자라는 표현을 이해하려면 ‘유전자’에 강조점을 찍어야 한다.
이기적 유전자의 의미
그는 ‘X가 다음 세대에 복제본을 많이 남기게끔 선택되는 단위라면 X를 이기적이라고 표현하겠다’고 말한다. 즉 이기적 유전자라는 은유적 표현은 선택의 단위가 유전자라는 의미이다. 물론 누군가 개체선택론을 가져올 수도 있으나 유전자만이 어떤 의미에서는 불멸이기에 유전자를 곧 선택의 단위라고 본다.
이 책이 유명해진 이유는 처음으로 복제자를 유전자로 운반자를 개체, 집단, 생태계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자연 선택에 의해 복제성공도가 최대화되는 단위는 유전자이다.
리처드 도킨스의 주장
사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리처드 도킨스가 모든 것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며 정해져 있다는 허무주의적 주장을 한 것은 아닌데, 그가 한 말 중 이러한 구절이 있다. “인간만이 이기적 유전자의 폭정에 반역할 수 있는 유일한 생명체이다”
인간의 나쁜 본성, 착한 본성은 과거 조상의 번식에 기여하여 남아있는 것들이다. 진화의 관점에서 보자면 남자들이 다른 사람 앞에서 자존심을 지키거나 주먹다짐을 하는 것, 바람을 피우는 것 등은 모두 복제자인 유전자의 영향을 받아 번식을 목표로 하는 행위이다. 그러나 인간은 이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런 본성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게 리처드 도킨스의 주장이다.